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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찾은 농아인 수십명의 '소리없는 아우성'…왜?
18-03-28 01:24 641회 0건

보도날짜 : 2018.03.28
보도처 : 중앙일보
URL 주소 : http://news.joins.com/article/22483886

 

27일 오전 서울 금천경찰서 민원실의 분위기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십여명의 사람들이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화를 하는 농아인(聾啞人) 십여명의 진지한 표정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감지했다. 
 
27일 서울 금천경찰서에 사기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온 농아인들. 정용환 기자

27일 서울 금천경찰서에 사기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온 농아인들. 정용환 기자

 
말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도우러 온 이승원(58) 목사(사랑나눔터 원장)를 통해 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이들이 경찰서에 온 이유는 최근 경찰이 검거했다 풀어준 ‘농아인 대상 다단계 사기범’을 고소하고, 수사에 소극적인 경찰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농아인들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0대 한모씨에게 “50만원 이상의 돈을 내면 미국의 좋은 건설사에 투자해 1년 뒤 두 배로 돌려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돈을 줬다. 한씨는 또 “돈을 많이 투자한 사람은 미국에 지금 짓고 있는 좋은 집에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건물 사진들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 말을 믿은 농아인이 다른 농아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면서 피해자가 최소 200여명, 피해 액수는 50억원이 넘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에게 투자금을 받고 한 번도 돈을 돌려준 적이 없다는 한씨 역시 농아인이라고 한다.
 
한씨가 다단계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농아인들에게 보여줬던 건물 사진. 정용환 기자

한씨가 다단계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농아인들에게 보여줬던 건물 사진. 정용환 기자

 
2년 전 사기 혐의로 고소된 뒤 수배 중이던 한씨는 지난 19일 미국에서 귀국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하지만 담당인 금천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보완 수사를 지시하면서 한씨를 풀어줬다. 경찰에 공식 접수된 한씨에 대한 고소는 지금까지 이 한 건만 있었다.
 
농아인들과 이 목사는 농아인들의 진술을 경시하는 경찰의 수사 태도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피해를 본 농아인들이 자신의 관할 경찰서에 한씨를 고소하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경찰에 수화 전담 인력이 없어 대화가 힘든 데다 농아인들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고 피의 사실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고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수사 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던 농아인들이 사기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경찰서로 뛰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씨를 고소하기 위해 금천경찰서를 찾은 농아인들은 60여명에 달했다. 금천경찰서 관계자는 “한씨를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여러 피해자가 찾아와 새로 고소한 내용에 대해서도 면밀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단독] 경찰서 찾은 농아인 수십명의 "'소리없는 아우성"'…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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